SECTION 5
시선의 온도
Curator: 김아영, 김지우
우리는 누구나 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몸을 편안하게 느끼기는 쉽지 않다. 정상적이고 아름다운, 드러내도 좋다고 여기는 몸을 볼 때 우리는 동경과 찬탄으로 뜨거운 시선을 보내지만, 반대로 내 몸이 비정상적이거나 추하지는 않은지 냉담한 시선으로 검열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몸은 자아를 대변할 수 없고 우리의 자아는 몸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창출한다는 사실이다.
본 전시는 사회적 규범으로 막을 수 없는 자아의 자유로움을 몸으로 드러내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외면 속에서도 규범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자아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소 낯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용기와 에너지는 관람자에게 세상과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를 따뜻하게 할 것이다.
타인의 세계
Artist: 흑표범
Critic: 김지우
<타인의 세계> 시리즈 속 작품들은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족자 초상화’라는 전통적인 형식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초상화 속 여성들은 당당하고 위엄 있는 남성 초상화와 달리 대개 수동적이고 얌전한 모습을 해야 했지만, 이 작품들 속 여성들은 그와 상반되는 자유롭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쓰인 작품 각각의 제목을 해석 해보면 <유진>, <성지언니>, <경희>등으로 실제 작가 주변의 여성들을 모델로 한 후 그 위에 가상의 옷을 입혀 그린 것입니다. 시원하게 자른 머리와 가슴이 훤히 보이는 티셔츠, 파란색의 립스틱과 당당한 자세 등 작품 속 그녀들은 전통적인 여성성과 현대사회가 말하는 ‘예쁜’ 옷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고유한 매력을 자유롭게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자신감 있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옷을 입은 이 여성들이 얼마나 자유롭고 멋있어 보이는지 확인 했다면 이제 당신이 사회가 원하는 옷이 아닌 당신이 원하는 옷을 입을 차례입니다.
선샤인
Artist: 문영민
Critic: 김아영
문영민 작가의 <선샤인>과 그 외의 사진 작품들은 드랙 아티스트를 담고 있습니다. 드랙이란 사회에서 바라는 겉모습과 다르게 과장해서 자신을 꾸미는 행위입니다. 문영민 작가는 드랙이 자아의 표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드랙 아티스트를 공연장 무대에서 촬영하지 않고 스튜디오 안에서 촬영하였습니다. 사진 속에는 드랙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와 관람객의 열광 대신 성별이나 젠더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한 사람이 표출하는 에너지가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현재 드랙의 의미는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작품 중 <아장맨>은 성별 이분법에 동의하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고 <호소>처럼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인간 외의 형상으로 분장하는 경우를 볼 수도 있습니다. 문영민 작가는 설치작품 <당신의 자아>를 통해 관람객에게 드랙을 해보길 권합니다. 흐릿한 거울지 앞에 선 관람객은 자신의 얼굴을 뚜렷하게 보는 대신 드랙 아티스트가 사용했던 분장 도구를 통해 자신이 바라는 자아를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Artist: 사랑가 라마나야크
Critic: 김아영
바디 프라이드
사랑가 라마나야크 감독의 <바디 프라이드>는 35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작품입니다. 캐나다에서 거주하고 있는 라마나야크 감독은 수년 전부터 나체를 탈성애화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나체로 진행되는 성교육 워크샵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안전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어린 시절의 경험, 자신의 몸을 받아들일 수 없던 이야기, 꾸밈 노동, 젠더의 변화, 성적 지향, 자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내밀한 경험담 중에는 지워버리고 싶거나 수치스럽다고 느낄만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행위가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경험을 축소하지 않고 언어화하여 의도적으로 힘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여성의 신체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별과 젠더, 섹슈얼리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내면화된 괴롭힘과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줌으로써 어떠한 몸과 경험도 고유한 자신의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Artist: 이사벨 페퍼드, 조지 헤스
Critic: 김지우
모가나
여기 20년을 남성위주의 시선에 갇혀 우울증에 시달리며 순종적인 아내로 살다 이제는 포르노 감독이자 배우가 된 <모가나>가 있습니다. 모가나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시달리다 흔히 말하는 ‘유통기한이 다 된’ 여성이 되고,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슬픔에 마지막 에스코트를 받고 자살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에스코트에서 모가나는 여성으로서의 성적 자유를 알게 되고 그 후 포르노 감독이자 배우로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됩니다. 제 2의 인생을 맞이하여 포르노를 제작하고 출연하는 모가나를 보고 일각의 사회는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모가나와 개인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말하는 사회 중 누가 진짜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일까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당신이 여성으로서 느끼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긍정하고 아껴주기를, 또한 성적 욕구에 대해 자유로워지고 그것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