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SECTION 2

​감시사회의 트루먼 쇼
편리함의 대가 : 보이지 않는 지배

Curator: 송혜진, 양승진, 김민주

오늘날 우리는 모든 사람이 정보기기를 갖추고, 어디서나 편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유비쿼터스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발전된 기술은 우리를 한순간에 미래 사회로 내몰았으며, 발전된 네트워크 기술로 인해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자본이 되었죠. 그로 인해 나도 모르는 새 원치 않는 정보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데이터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감시사회 속에서 재미와 편리함을 대가로 감시 대상, 혹은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죠. 이처럼 유토피아 같았던 세상 뒤에는 디스토피아적 이면이 뒤따르는데요, 이번 섹션에서는 그 이면 중 감시와 지배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사유한다”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간은 기술 발전 뿐만 아니라 조화로운 관계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 자유를 어떻게 보전하고, 어떻게 감시사회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바로 지금, 작품을 통한 고찰로 감시와 지배를 인지하고 지혜를 모을 때가 되었습니다.

정보의 편의성-Scan_er, Mixture

Artist: 정덕용

Critic: 양승진

00:00 / 01:43

 SNS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정보도 쉽게 전해주지만, 그 편리함에 매료되다 보면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습니다. 정덕용 작가는 SNS와 가짜뉴스를 주제로 한 설치와 영상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정보의 편의성-Scan_er>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따져보지 않는 태도를 바코드 스캔 행위에 비유합니다. 벽면에 자리한 원형 바코드는 ‘World’ 키워드가 들어있지만, 일자 바코드들로 뒤덮여 있어 내용을 읽을 수 없습니다. 일자 바코드를 스캔하면 세상의 주변을 이루는 이슈 키워드를 읽을 수 있지만, 결국 ‘World’에는 닿지 못하게 되죠. 이렇듯 원했던 것과 다른 정보를 얻게 되는 모습은, 평소 바코드를 스캔하듯 SNS에서 쉽게 정보를 얻었던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듭니다. 

<Mixture>는 정보를 수집하다 쉽게 질려 없애버리는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영상 속 인물은 종이를 파쇄기에 넣어 티백으로 만들고, 차로 우려 마십니다. 화면에 색상이 없는 것은 곧 백지와 텍스트를 의미하며, 티백의 재료가 되는 종이는 그가 수집했던, SNS상에 떠도는 기사나 정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보들은 소화를 거쳐 대부분 우리 몸을 빠져나가지만, 일부 잔여물을 남기게 됩니다. 영상의 끝까지 인물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후 우리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게 되어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기지국,
생존율 제로의 길리슈트

Artist: 현남

Critic: 송혜진

00:00 / 01:23

길 곳곳에 있지만 누구도 크게 신경 쓰지 않던 기지국. 이렇게 존재감 없이 조용히 숨어 살던 기지국의 존재감이 드러난 건 코로나로 인해 국가가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고 이를 알리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기지국이 제공하는 네트워크 범위 내에서 누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모두 기록되고, 이에 대한 수집과 사용이 가능함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불쾌함을 느끼게 되었죠. 

<기지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의 물리적 몸체인 기지국의 가시화를 통해, 지배 관계를 역전시키는 작품입니다. 자극적이고 해로워 보이는 형광 분홍빛은 실제 기지국의 위장을 벗겨 가시화하는 동시에, 우리를 감시하는 해로운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작품에 사용된 축경의 방식은 광대한 자연경관을 축소해 마당이나 뜰에서 보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는 지도의 기능과 유사해 감상자가 전지적 시점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처럼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의 몸체를 압축해 바라봄으로써 하나의 감시를 인식하고, 감상하는 동안 만큼은 지배 관계를 역전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다른 것에 대해서

Artist: 조영각

Critic: 양승진

00:00 / 01:01

조영각 작가는 뉴 테크놀로지의 시스템구조를 작품에 반영하면서, 일상에 자리 잡은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주목합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다른 것에 대해서>는 기존의 뉴스 데이터 속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각각 인공지능 학습모델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과 RNN(Recurrent Neural Network)으로 재생성한 영상 작업입니다. 각국 대통령의 얼굴과 합성된 인물의 기괴한 모습과, 번역기에서 주로 접했던 TTS(Text To Speech) 방식의 허술한 기계음은 조작 여부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는 조작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한 상태이며, 기술 접근에 제약이 없어 가상 인물의 거짓 정보에 언제든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작가는 이 점을 인지하면서, 앞으로 더욱 빠르게 발전해 올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Artist: 이주원

Critic: 송혜진

​싸이와 김정은의 연관성

00:00 / 01:15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당시를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다양한 k-pop 가수들이 우리나라를 널리 알리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이 작품의 주제는 그러한 상황 속 발생할 수 있는 음모론을 바탕으로 제작된 가짜뉴스입니다. 싸이와 김정은의 외모가 묘하게 닮았다는 점에서 출발하여, 김정은이 싸이의 유명세를 이용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에 이르게 됩니다. 

북한은 폐쇄적인 체제 특성상 정보의 접근이 어려워 특히나 가짜뉴스가 유통되기 좋은 환경인데요, 다행히 우리는 문화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 내용이 가짜뉴스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미지의 나라쯤으로 생각하는 외국인이 봤다면 어땠을까요? 실제로 작가가 만들어 낸 가짜뉴스를 진짜로 믿은 사례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한 편으론 왠지 모를 찝찝함을 남기는데요, 이게 바로 우리가 품고 살아야 할 가짜뉴스의 지배에 대한 ‘경각심’이 아닐까요?

Artist: 정지수

Critic: 김민주

네비게이션 다섯 대와 운전하기

00:00 / 01:28

정지수 작가의 <내비게이션 다섯 대와 운전하기>는 3분 48초로 제작된 단채널 비디오로, 인간과 매체의 관계에 주목하여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인공지능(AI)에 대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상은 다섯 대의 내비게이션과 그 사이에서 운전하는 운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작품은 미디어의 오류와 한계를 나타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각각 안내하는 길의 방향도 다르고 추천하는 길도 다르고, 음성도 뒤죽박죽인 내비게이션 다섯 대는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드는데, 이 모습은 마치 현대 사회에서 범람하는 미디어와 그 변화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나’, 인간 개개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작가는 다른 지시를 내리는 다섯 대의 내비게이션 사이에서 운전자가 운전하는 모습을 통해 물리적 공간이 아닌 기계가 제시하는 기호화된 가상의 공간에 더욱 의존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GPS를 바탕으로 형성된 가상의 공간을 완전히 빠져나가야 하는 운전자, 그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 작품을 통해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환경에서 기계와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