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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3

당신이 흘린 피란
전시(展示/戰時) 속 여성 인권을 마주하다

Curator: 김연주, 신서영

<당신이 흘린 피란>은 국가적 폭력 상황에서 일어나는 여성 인권 이슈를 조명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불과 몇 개월 전인 2021년 8월에 일어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으로 많은 여성들이 인권을 박탈당하는 현장에 주목하여, 본 전시는 전쟁과 여성 인권이라는 주제를 예술과 전시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관람객들은 본 전시를 관람하며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피를, 누군가의 피란을 작품으로 목격하게 된다. 짧게 지나쳤던 뉴스 보도 속 사건들이 ‘당신’의 피가 되어 흐르는 순간, 우리는 흘려보낼 수 없는 상처가 있었음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

검은 눈

Artist: 이영주

Critic: 김연주

00:00 / 01:11

이영주 작가의 검은 눈 작품은 냉전 시대 마셜 제도에서 벌어진 핵폭탄 실험을 다룬 11분 10초 길이의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도입부가 끝나는 즉시 검은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 검은 눈은 마셜 제도의 원주민들이 눈으로 착각하고 받아 먹었던 낙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 동물을 포함한 생명체들은 모두 기형적인 모습인데요. 이는 국가적 폭력에 의해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상의 후반부에서 나레이터는 나지막하게 검은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마셜 제도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탈레반의 억압 정책으로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처럼, 어딘가에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이 있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BURQA

Artist: 파르자나 와히디

Critic: 신서영

00:00 / 01:33

파르자나 와히디 작가의 부르카 컬렉션은 전신을 가리고 눈 부위가 망사로 덮인 이슬람의 여성 의복 부르카를 소재로 한 사진 작품입니다. 이 부르카는 다수의 유럽권 국가들에서 착용이 금지가 되는 추세지만,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오히려 착용이 강제되는 등 상반되는 사회문화 현상을 보여주는 매체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경우 탈레반 1차 집권 시기에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채 외출을 하였다가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본인의 트라우마가 담긴 매체를 작품의 주연으로 내세움으로써 아픔을 극복하고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부르카는 억압의 상징이면서 신성함의 상징이라는 극단적인 이중성을 띕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속 여인들은 어딘가 낯설고 불편해 보이면서도 신비롭고 평온해 보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부르카를 벗어던질 권리가 아닌 착용할 권리에 대해 말합니다. 누군가는 그 장막을 떠나 자유를, 누군가는 그 속에서 안식을 얻기를 바라며 여성 스스로가 선택할 권리에 대해 조명하고 있습니다.

THE WOMEN OF AFGHANISTAN

Artist: 파르자나 와히디

Critic: 신서영

00:00 / 01:30

파르자나 와히디 작가의 더 우먼 오브 아프가니스탄은 그의 작업 스타일을 가장 잘 반영한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렌즈는 언제나 아프간인, 특히나 여성을 향합니다. 부당함에 대해 소리를 높이는 여성들의 시위 장면부터 소박하고 행복한 아프간의 일상까지. 한 컬렉션 내에서도 여러 소주제의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언뜻 한 씬처럼 느껴지지만 아프간 여성의 희로애락과 삶의 다양한 측면을 담아낸 연출 대장정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합니다. 이번에는 보다 노골적인 페미니즘적 성향이 눈에 띄며 모두가 외면하는 아프간의 집창촌, 여성교도소, 분신 등의 문제도 다루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키워드만 들었을 때는 낯설고 언뜻 섬뜩하기도 하지만 실제 우리 눈앞의 등장인물들은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여인들입니다. 결국 아프간의 여성들도 우리네와 다름없는 평범한 여성들이라는 것을 상기해 보며, 우리는 하나의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어떠한 실천을 할 수 있을지 연대의 방안을 모색해 봅니다.

​초상화 연작

Artist: 홍순명

Critic: 신서영

00:00 / 01:07

홍순명 작가의 초상화 연작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으로부터 성 착취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의 여성들을 담아낸 회화 작품입니다. 흔히들 얼굴은 살아온 세월에 따라 완성된다고도 합니다. 인간의 언행, 태도, 삶의 방식 등이 얼굴에서도 드러난다고 믿는 것이죠. 하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없던 인생을 살아온 이들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이 깃들게 될까요? 작가는 흐릿한 붓질을 통해, 인권을 유린당한, 그렇기에 얼굴을 잃은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를 건넵니다. 또한 주름이 진 나이가 되어서까지 미완성으로 남은 그들의 이목구비를 보고서, 우리는 이것이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부끄러운 근현대사의 민낯임을 알 수 있습니다.

Artist: 신창용

Critic: 김연주

소녀 시리즈

00:00 / 01:01

신창용 작가의 소녀 시리즈 작품은, 세계대전 당시 모습을 한 아르메니아, 유대인, 한국, 독일, 일본의 소녀를 그린 회화작품입니다.

작가는 충분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세계대전 시기 소녀들의 모습을 재현해냈고, 배경을 검게 처리함으로써 전쟁 중 소녀들이 겪은 고립, 소외, 단절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쟁에 아무런 의도도 없던 어린 소녀들은 어둠 속에 잠겨 있습니다. 이들이 겪었을 고통은 작품 속 소녀들의 웃는 얼굴을 통해 더 슬프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특히 이 작품에는 가해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의 소녀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를 통해 작가는 국가적인 차원을 떠나 모든 소녀들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카이브존

00:00 /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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